비가 많이 와서 올해는 잘 달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대추는 올해도 잘 달려서 여물어 가고 있다.
남편과 나는 어제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월초부터 감자를 캐고 있다.
지인들이 전화로 오늘은 무얼 했냐고 물어 보아서 감자를 캤다고 했더니 대부분 의아해 했다.
심지어는 수십년 감자농사를 지어오신 분들도 무슨 감자를 지금 캐느냐고 했다.
대부분 감자는 4월쯤에 심어서 6월말에서 7월초에 캔다.
우리도 일부 수미라는 감자는 7월에 다 캐서 이미 다 판매하였다.
그런데 감자를 저장 했다가 가을에 팔면 훨씬 가격도 좋고 저장성도 뛰어나며 더 맛있어서
작년부터 일부를 그대로 두었다가 가을에 캐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은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터득했는데 고냉지 감자는 대부분 가을에 캐는 것을 보고 따라해 본 것이다.
또한 여름감자를 저장고에 저장했다가 가을에 팔면 금방 상하는데 이렇게 땅속에 그대로 두었다가 하면
봄까지도 온도만 잘 맞추어 주면 싱싱하게 보관을 할 수가 있다.
우리는 남작이라는 종류의 감자를 이 가을까지 두었는데 이 품종은 분나는 감자중에 가장 분이 잘 나고
쪄 먹거나 구어 먹으면 감자 특유의 맛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종류이다.
올해는 뭐가 그리 바쁜지 봄에 감자 심는 이야기도 못 올렸다.
감자를 어떻게 심는지 모르는 분들이 있어 처음부터 자세하게 심는 방법을 올려 본다.
감자는 집에 있는 것을 그냥 심어도 되지만 우리 강원도에서는 종자연구소에서 씨앗용으로 나온 것을 가을에 미리 신청해
두었다가 봄이 되면 심는다.
이렇게 싹이 될 눈을 오려서 둔다.
이 눈 하나하나가 싹이 되고 잎이 되고 그리고 감자가 달릴 씨앗이 되는 것이다.
산비탈 찰흙 밭이라야 감자가 맛있어 지는 조건이라 소로 밭을 갈았다.
소로 밭 가는 사진을 찍으려 하면 아저씨는 찍지 말라고 하신다.
양복을 빼 입고 찍어야지 이렇게 일복 입은 모습을 찍으면 창피하다고.....
내년에는 양복을 입고 밭 가는 모습을 한번 연출해 달라고 부탁드려 보아야겠다.
아저씨는 꼭 나에게 작가선생이라고 하는데 영월에 축제가 있을적에 전시된 내 사진을 보고
인정해 주셧다
그리고 이 산골짝 촌동네에 작가선생이 산다고 자랑스러워 하신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 보러 오시는데 일전에는 어찌하면 율무밭에 비둘기를 쫒아 내겠냐고 하셔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가르쳐 드렸더니 과연 효과가 있다고 역시나 작가선생이 다르다고
잘 물어 보신다.
ㅎㅎㅎ 80이 넘은 아저씨께서 불러 주시는 작가선생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요즘은 어쩐지 정겨워서 사양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
감자는 가을에 캘 것은 비닐을 쒸우기 전에 씨앗을 넣고 하고
여름에 캘 것은 비닐 먼저 씌우고 하기로 했다.
많은 양을 농사했기 때문에 교회 권사님들께서 며칠동안 고생해 주셨다.
감자 심던 날 들밥을 드시고 쉬고 계신 우리 권사님들이시다.
나는 이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든다.
꾸밈없이 일 하시던 그대로 땅 바닥에 주저 앉아 쉬고 계신 이 모습은 언제 보아도 나를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신 이 두분은 일 하던 모습 그대로라 부끄럽다고 하시니 내 혼자만의 좋은 사진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렇게 저렇게 감자가 자라서 여름감자는 농사가 잘 되어서 나에게 효자노릇을 했다.
봄부터 이 감자가 처음 나올 때까지는 소출이 없어 농사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를 넘기기가 좀 어렵다.
그 해 처음 수확을 안겨 주는 감자~
그렇게 여름이 가고 땅속에 묻혀 있는 남작감자는 가을을 맞이했다.
물론 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림잡아 캐야한다.
감자 심을 때 싹도 안 튀었던 대추나무에는
어느새 대추가 빨갛게 익어 간다.
감자를 캐 보면 상태가 시원찮은 것들은 모두 썩어 없어지고 남은 것들은 똘방똘방하고 좋은 것들만 남았다.
또한 여름에 캐면 아직 덜 여물었던 것들도 잘 여물어 있다.
탱글탱글한 가을감자를 캐는 손맛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집 고양이 옹이는 쥐도 잘 잡고 새도 잘 잡고 뱀도 잘 잡는데 이렇게 사람을 강아지마냥 잘 따라 다닌다.
우리가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어찌 그리 잘 알고 따라 나와 개구리도 잡아 먹고
굼벵이가 나와서 던져 주면 날름 잘도 받아 먹는다.
그러다가 눈에 안 보이면 야옹~ 옹~ 거리고 찾느라고 야단이다.
그러면 여기있어~ 라고 하면 금새 쫒아와서 이렇게 졸졸 거리고 따라 다닌다.
신기한 것은 우리가 차를 타면 찾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집의 귀염둥이 이다.
가을감자캐기 며칠은 감자와 씨름하는 날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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